독 독 황희순 별과 별 백일홍과 나팔꽃 직박구리와 매미 곰팡이 핀 말과 말 사이사이 어슬렁 돌아 나오다 나는 너의 너는 나의 변질된 숨소리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서로의 먹이였던, 몸 허물 벗듯 벗어놓고 詩쓰기 2018.09.03
덫에 걸린 덫에 걸린 황희순 土. 기다려도 신호등이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은 고장 난 거라며 마구 건너간다 빨간불이 한 여자만 노려본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日. 이승에서 사라진 목소리만 궁금하다 입 다물고 귀 막고 눈 감아도 길고 긴 하루 또 하루, 살아있는 건 모두 시끄럽다 月. 와글와글 좀 .. 詩쓰기 2018.09.03
회진하는 木手 회진하는 木手 _정형외과 병동 724 황희순 검지와 중지를 톱날같이 치켜든 의사가 노인의 무릎 아래와 위를 마름질한다. 여기서 여기까지 이만큼, 되도록 무릎은 남기려고 하는데… 어…어… 그…글쎄요, …봐야겠습니다. 톱날 지나간 자리에 그어진 붉은 펜 자국이 주름진 허벅지를 파.. 詩쓰기 2018.09.03
거기, 또 거기, 또 황희순 소리를 따라 숲에 들다 또 다른 소리를 따라 숲에 들다 또 다른 소리, 또 다른 소리 소리란 소리 다 모여드는 달팽이관 숲 숲이 모여 만든, 성 성에 갇힌 그 거기 또 다른 귀, 울음 詩쓰기 2018.09.03
蛇足之夢 蛇足之夢사족지몽 황희순 뱀딸기도 처음엔 달콤했대. 이쁘기까지 한 그것이 잘난 체를 넘치게 해서 神이 단맛만 빼앗고 뱀 곁에 뱀처럼 기어 다니게 만들어놓았다는 거야. 뱀이 침 발라 놓았다는 그걸 할머니 몰래 따먹었다고 했잖아. 맛을 잃은 뱀딸기가 복수한 거야. 저를 탐한 어린 내.. 詩쓰기 2018.08.04
거두와 절미와 거두와 절미와 황희순 꼬리 자르기 딱 좋은 세밑가지에, 반짝거리는 것이 밤하늘의 별만은 아니지. 차가운 빗물에 젖고서야 반짝 외치는 한마디 빛. 길 끝에 버려진 저 구멍 난 헬멧은 얼마나 긴 시간 이 밤을 기다린 걸까. 약간의 취기와 비애가 몰려오던 그날 그 골목 끝, 목에 걸린 말 .. 詩쓰기 2018.06.28
뒤끝뉴스 뒤끝뉴스 황희순 그가 말했다, 고양이는 배고파도 복종하지 않아 자유를 위해 가출하는 거야 비 그친 청량한 한낮 주차장 모퉁이에서, 그 고양이가 꼬질꼬질한 제 몸을 핥고 있다 더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뒷다리 한쪽을 번쩍 들어 샅샅이 핥는다 바람조차 없는데 이따금 소스.. 詩쓰기 2018.06.05
영양의 거울 영양의 거울 황희순 영양은 사자가 무서워 도망치는 걸까 죽는 게 무섭다는 걸 감각으로 알까 어미의 어미가 그러했듯 사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죽을힘 다해 도망치다 사자가 안 보이면 영양은, 에잇! 턱에 차는 숨을 삼키며 금세 도망친 이유를 잊고, 웃을까 죽고 사는 일에.. 詩쓰기 2018.04.25
봄은 왔는데 봄은 왔는데 황희순 검은 비닐봉지가 굴러간다 앞서가던 사내가 발로 툭 찬다 뛰어가던 아이가 또 파삭 밟는다 짓밟힌 비닐봉지 다시 살아 굴러간다 뒤따라가던 그녀도 건드려본다 발에 칙, 감긴다 놀라 헛발질을 한다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씩 그녀를 삼킨다 차가운 바람이 분.. 詩쓰기 2018.04.20
너무 높은 세상 너무 높은 세상 황희순 그가 사다리를 접어 메고 간다 또 다른 그가 사다리를 접어 메고 따라간다 서성이던 그가 사다리를 한 번 더 접어 메고 간다 또 다른 그가 사다리를 접어 메고 그의 뒤를 따라간다 …… 또 다른 그가 사다리를 접어 메고 그의 뒤를 따라간다 ……………… 사다릴 밟.. 詩쓰기 2018.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