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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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지기__황희순 2018. 6. 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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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순




그가 말했다, 고양이는

배고파도 복종하지 않아

자유를 위해 가출하는 거야

비 그친 청량한 한낮

주차장 모퉁이에서, 그 고양이가

꼬질꼬질한 제 몸을 핥고 있다

더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뒷다리 한쪽을 번쩍 들어 샅샅이 핥는다

바람조차 없는데 이따금 소스라치며

발바닥에서 꼬리 끄트머리까지 빼놓지 않는다

제가 뱉은 말은 제 몸에 반드시 달라붙는 법

지저분해진 저 혀는 어쩔 것인가

오물까지 소화시킬 능력이 생겼나보다

몸치장 끝낸 그가 거울을 보며 덧붙인다

개는 주인에게 아부하잖아

세상엔 말이야, 진실을 외면하는 잡종들이

너~무 많아, 고양이는 절대 그러지 않거든

우이쒸, 가출이나 할까?

노랑목도리담비가 고양이를 사냥하는 장면이

뉴스다, 한 마리는 도망치고 한 마리는 잡혔단다

담비에게 잡힌 게 혹시……,


__2018. <작가마당>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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