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뱀과 나와 황희순 ◈ 어릴 때 이야기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뱀이 징그럽긴 해도 겁먹지 않았다. 물린 적 없고 물린 사람도 못 보았기 때문에 산길이나 신작로를 가다 뱀을 만나도 도망가지 않고 구경했다. 학교 오가는 길에 뱀이 나타나면 남자친구 중 하나가 돌을 던졌다. 그러면 여러 명이 돌멩이 하나씩만 던져도 예닐곱 방은 맞으니 죽기도 했다. 할머니는 이웃 아저씨가 잡아 가져다준 뱀을 허리 아픈 아버지에게 약으로 고아주곤 했다. 하여 친구들과 함께 돌을 던져 죽인 뱀을 막대기에 걸쳐 들고 집에 간 적도 있다. 이삼십 대가 옥신각신 지나가고 사십 대 초반에 우환이 덮쳐들었다. 현실이 꿈만 같았고 자각하지 못한 어떤 일로 천벌을 받은 건지, 견디기 힘든 나를 극도로 혐오했다. 사람으로 살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