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영양의 거울

섬지기__황희순 2018. 4. 25. 10:04


영양의 거울


황희순



영양은 사자가 무서워 도망치는 걸까

죽는 게 무섭다는 걸 감각으로 알까

어미의 어미가 그러했듯

사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죽을힘 다해 도망치다 사자가 안 보이면

영양은, 에잇!

턱에 차는 숨을 삼키며 금세

도망친 이유를 잊고, 웃을까

죽고 사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해

지금은 연습 중이야, 중얼거리다

사자가 반짝 또 나타나면

새로운 감각으로 도망칠까

다시는 없겠거니 살다가 닥치는 벽

밀쳐낸 벽이 벌떡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영양과 나와 너와

기러기와 꼽등이와, 동고동락

동병상련 동상각몽

끝없는 이 미로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__2018. 봄, <리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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