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의 거울
황희순
영양은 사자가 무서워 도망치는 걸까
죽는 게 무섭다는 걸 감각으로 알까
어미의 어미가 그러했듯
사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죽을힘 다해 도망치다 사자가 안 보이면
영양은, 에잇!
턱에 차는 숨을 삼키며 금세
도망친 이유를 잊고, 웃을까
죽고 사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해
지금은 연습 중이야, 중얼거리다
사자가 반짝 또 나타나면
새로운 감각으로 도망칠까
다시는 없겠거니 살다가 닥치는 벽
밀쳐낸 벽이 벌떡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영양과 나와 너와
기러기와 꼽등이와, 동고동락
동병상련 동상각몽
끝없는 이 미로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__2018. 봄, <리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