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뿌리 꿈의 뿌리 황희순 자고 일어나면 꼭 깃털이 한두 점 빠져있다 한밤중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이 몸은 본디 날짐승이어서 매일 밤하늘을 배회하는 건 아닐까 다 써버린 욕망 깜빡 잊고 더 높이 날아보려 파닥파닥 애쓰는 건 아닐까 왜 사람이 개같이 변하는 거니 아니 아니, 변하지 않으면 .. 詩쓰기 2018.11.09
소멸의 기록 소멸의 기록 황희순 ; 카를로 알베르트 거리 6번지를 나선 니체는 분노로 미쳐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를 말리다가 말의 목을 휘감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 이틀을 누워있던 니체는, “어머니 전 바보였어요.” 마지막 말을 웅얼거리고 10년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누워있었다. 첫째 날.. 詩쓰기 2018.11.01
직박구리의 거울 직박구리의 거울 황희순 새벽이면 잠 깨우던 직박구리 그도 때로 나처럼 정체성 잃을 수 있지 삑사리 날 수도 있지 고무통에 빠진 그가 끼익끼익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불볕더위에 목이 말랐던 모양 그래도 그렇지, 날개가 있잖아 좀 더 적극적으로 날아올랐어야지 한 뼘도 안 되는 물에 빠.. 詩쓰기 2018.11.01
다섯 번째 시집 『수혈놀이』 "시인의 말" 다섯 번째 시집 『수혈놀이』 폐기처분에 실패했다 남은 세포가 있었던 거다 그 한 점이 복제 또 복제 비어져 나오는 발을 주섬주섬 또 주워 담고 말았다 그것들을 풀어놓기로 한다, 다시 별이 되거나 새가 주워 먹거나 2018년 10월 황희순 ************************* 네 번째 시집 『미끼』 그가 나를 버렸다 나도 나를 지웠다 말끔히 지워지지 않는 발은 모른 체 발의 상징부터 지웠다 흘린 발자국은, 별이 되거나 새가 주워 먹거나 2013년 2월 황희순 詩쓰기 2018.11.01
기러기의 거울 기러기의 거울 황희순 기러기는 저만의 나침반이 있어 수만 리를 날아가도 길을 잃지 않는단다 그를 시험키 위해 자석칩을 뇌에 심었더니 길을 잃더란다 고무나무도 주인을 알고 개미도 제 길 찾아 가는데 걸핏하면 길 잃는 나는 누구니, 거울아 외계인이 몰래 머리를 열고 자석칩을 심.. 詩쓰기 2018.09.17
불면의 행간 불면의 행간 황희순 달과별과산과구름과 너와너의그녀와그와 바퀴와개미와목련과 천장과책장사이사이 침묵하는침대와나와 여기야여기여기여기 소근대는소리들리니 살았니살아있는거니 詩쓰기 2018.09.17
초파리의 거울 초파리의 거울 황희순 초파리는 제 피가 붉다는 걸 알고 있을까 벽에 붙은 그를 친 손바닥에 쉼표만한 피가 한 점 묻어났다 심장이 있었던 거니 붉은 네 심장을 내가 터트린 거니 죽은 듯 고요한 나날 벼랑의 현기 견디는 너를 밀어버린 거니 이 고요 어떻게 뼈져나갈까 궁리하는 너를 지.. 詩쓰기 2018.09.03
불면의 행간 불면의 행간 황희순 달과별과산과구름과 너와너의그녀와그와 바퀴와개미와목련과 천장과책장사이사이 침묵하는침대와나와 여기야여기여기여기 소근대는소리들리니 살았니살아있는거니 詩쓰기 2018.09.03
암호들 암호들 황희순 난도망옮겼습니다목에작별연락주시기바랍니다그녀가시간이되면일일도베트남음식즐길수있다초대했기를기대합니다영광것으로알려져그제공가족의건강과그행복을기원합니다 __베트남에친구 노퐁히엔 평생 헤아려도 모자랄 하늘을 별을 기억의 가지를, 온몸으로 꿈틀거.. 詩쓰기 2018.09.03
사방팔방 귀 사방팔방 귀 황희순 젊은 날개 야금야금 갉아먹은 얄미운 쥐를 생각하며 물고기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쪽도 그쪽 시간을 한번 갉아먹어 보려 했지요 쥐섬에 귀가 없다는 소문을 믿은 거예요 뭍에서 못한 말 늘어놓아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야미도를 더듬어온 파도가 옆구리를.. 詩쓰기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