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의 거울
황희순
새벽이면 잠 깨우던 직박구리
그도 때로 나처럼
정체성 잃을 수 있지
삑사리 날 수도 있지
고무통에 빠진 그가 끼익끼익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불볕더위에 목이 말랐던 모양
그래도 그렇지, 날개가 있잖아
좀 더 적극적으로 날아올랐어야지
한 뼘도 안 되는 물에 빠지다니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한 거야
손가락 쪼아대는 그를 건져놓고 보니
대략난감, 알아서 살아라 알아서
중얼거리며 목련나무 가지에 올려놓았다
눈 딱 감고 돌아서자
지금부터 모른척하기
하루이틀사흘나흘
생각나도 걱정 않기
그의 노래 기다리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