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직박구리의 거울

섬지기__황희순 2018. 11. 1. 11:27


직박구리의 거울


황희순



새벽이면 잠 깨우던 직박구리

그도 때로 나처럼

정체성 잃을 수 있지

삑사리 날 수도 있지

고무통에 빠진 그가 끼익끼익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불볕더위에 목이 말랐던 모양

그래도 그렇지, 날개가 있잖아

좀 더 적극적으로 날아올랐어야지

한 뼘도 안 되는 물에 빠지다니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한 거야

손가락 쪼아대는 그를 건져놓고 보니

대략난감, 알아서 살아라 알아서

중얼거리며 목련나무 가지에 올려놓았다

눈 딱 감고 돌아서자

지금부터 모른척하기

하루이틀사흘나흘

생각나도 걱정 않기

그의 노래 기다리지 않기





'詩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의 뿌리  (0) 2018.11.09
소멸의 기록  (0) 2018.11.01
다섯 번째 시집 『수혈놀이』 "시인의 말"  (0) 2018.11.01
기러기의 거울  (0) 2018.09.17
불면의 행간  (0) 201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