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형 인간 외 1편/정숙자
북극형 인간 정숙자 육체가 죽었을 때 가장 아까운 건 눈동자다 그 영롱함 그 무구함 그 다정함 이, 무참히 썩거나 재가 되어버린다 다음으로 아까운 건 뇌 아닐까 그 직관력 그 기억력 그 분별력 이, 가차 없이 꺾이고 묻히고 만다 (관절들은 또 얼마나 섬세하고 상냥했던가) 티끌만 한 잘못도 없을지라도 육신 한 덩어리 숨지는 찰나, 정지될 수밖에 없는 소기관들. 그런 게 곧 죽음인 거지. 비 첫눈 별 의 별 자 리 헤쳐모이는 바람까지도 이런 우리네 무덤 안팎을 위로하려고 철 따라 매스게임 벌이는지도 몰라. 사계절 너머 넘어 펼쳐지는 색깔과 율동 음향까지도 북극에 길든 순록들 모두 햇볕이 위협이 될 수도 있지 우리가 몸담은 어디라 한들 북극 아닌 곳 없을 테지만 그래도 우리 정녕 햇빛을, 봄을 기다리지. 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