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꼽등이의 거울

섬지기__황희순 2018. 11. 27. 11:18


꼽등이의 거울


황희순



횡단보도에서 꼽등이를 만났다

20초 안에 바스러질 이 생명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줄까

잠깐 망설이다

그만두기로 한다

음습한 구석에 있어야 할

날개도 없는 그가

대로를 왜 방황하게 된 건지

이 길 걷고 있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듯

궁금해 하지 않기로 한다

금세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쌩쌩 지나간다

뒤돌아보지 말자

죽거나 살거나 제 운이지

앞서가는

더운 바람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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