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말벌의 거울

섬지기__황희순 2018. 11. 27. 11:16

말벌의 거울


황희순



실내에 들어온 말벌을 한방에 추락시켰다

구석에 널브러져 뒷다리 한쪽을 번쩍 든다

죽어서도 사는 시늉 한다

날개 한쪽을 또 들어올린다

죽으나 사나 멈출 수 없는 건

날아오르는 꿈

꿈을 꾸며 날개 벼리는 모양이다

그래그래, 죽기 직전까지

너나 나나 그래야 착한 거지

그렇다 해도

야금야금 죽는 건 싫어

한 번 더 밟을까

잘못 들어선 길에 나는 안녕한가

어깨를 목을 옴죽거리며

사그라드는 목숨 지켜보고 있다

나를 지켜보는 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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