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의 거울
황희순
외출했다 돌아오면 물건이
제자리를 조금씩 이탈해 있다
서랍이 열려있거나
책상에 있어야 할 책이 식탁에 있다
이 방에 또 누가 살고 있나
꿈에 나타났다 책꽂이 뒤로 사라진
바퀴벌레? 언제 적 일인데
아직 살아있었어? 그동안
꼼지락거리는 내 손 엿보다가
흉내 내는 건가
이것이 사람을 무시하나
이 별에 먼저 든 자기가
주인 노릇 하겠다는 건가
영장도 아니면서 영장 노릇 한 죄
詩人 행세 한 죄, 너를 죽이려 한 죄
그래그래, 인정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