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의 거울
황희순
개미떼에 끌려가는 무당벌레
포기한 걸까, 왜 반항하지 않나
누구 편을 들어줄까
개미굴로 끌려 들어갈 즈음 무당벌레가
지그재그로 줄행랑친다
장난삼아 앞을 막았더니 딱 멈춘다
광속으로 몰려온 개미떼가 다시 끌고 간다
왜 참견했느냐 따지지 마라
어리석은 건 너다
살아있는 한, 발을 깨물고라도
잽싸게 도망쳐야지
언제 어디 어떤 상황이거나
숨 끊길 때까지 빡빡 기어가야지
누구도 탓하지 마라
먹거나 먹히거나, 이도 저도 아니거나
그들 게임이 어떻게 끝났는지, 나는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