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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멜로

어리석은 멜로황희순기억이 우릴 지켜줄 거야행복을 지나치게 믿어선 안 돼서로를 모를 때 하는 질문은끔직한 무기가 될 수 있지다가올 일은 서서 기다리면 돼본능이 시키는 대로 항상 그래 왔어남자와 여자에게 벌어질 일은 결국불행해지는 것, 멋지지 않아?우연은 자주 찾아오지 않아살면서 만나는 많은 일들은 계속우릴 따라다닐 거야익숙한 저 중얼거림들엿들은 말, 실수로 뱉은 말까지도입술에 남아있을 거야불쾌한 웃음소리와 우릴 스친 손길도피부에 남아있을 거야우리가 만난 사람들이 전부기억 속에 살아있고게임이 끝난 후에도막무가내 매달려 있겠지이건 너무 어려워늙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지겹다고차라리 다시 죽는 게 낫겠어전부 다 너무 어려워*위 시는 영화 대사 재구성함.     기억이 우릴 지켜줄 거야행복을 지나치게 믿어선 안 돼..

詩쓰기 2025.02.13

에필로그

에필로그황희순너무 혼란스러워하지 마요오해받길 바라지 않잖아요바람은 술과 같은 거라서적당히 마시면 심장에 좋죠겨우 3일, 불장난한 거예요훌륭한 선수는 생각을 안 한대요대체로 사기꾼은 자신을 감춘다죠어느 것도 망치고 싶지 않아요백조이면서 오리처럼 살거나오리이면서 백조처럼 살거나도덕성이 결핍되었다는 건 아니에요행복과 모험은 같은 혈통이죠진심으로 모험을 원한다면기회를 꽉 잡아야 해요다시 시작이에요시작은 언제나 함정을 감추고 있어요기다리는 것도 꿈의 일부꿈이 어긋나더라도쿨하게 돌아서기, 그리고잊기*위 시는 영화 대사 재구성함.

詩쓰기 2025.02.13

블루블랙/황정산

블루블랙황정산 새까만 푸른 시절 월담을 하다고개 돌려 보았던 색초록을 칠했다가맞거나 손을 더럽힌 채벗어나고 싶었던그 단단한 출석부의 색끝없이 덧칠되어 사라지지 않는지우다 모두가 지워지는다들 쓰지만 쓴 적이 없는고개를 흔들어도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보이는 색가방을 멘 사람들이 벗지 않는 색오늘 내가 보고 있는 색나를 보는 색결국 내가 썼던글자들의 색모든 빛이 만들었다는 색그래서 색이 없는 색검고 슬픈그 색_____________________________*황정산 : 1958. 목포 출생. 1993년 평론, 2002년 시 발표. 저서 등.*황정산 시집 에서

개 같은 가을이_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최승자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매독 같은 가을.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한쪽 다리에 찾아온다.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