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풍경을 읽다 외 1편/이정화

섬지기__황희순 2006. 1. 30. 17:07

풍경을 읽다

 

이정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산 정상

군데군데 내려다보이는 길들이

흩어진 퍼즐의 조각처럼 숲을 자르고 있다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길 사이에

잘못 들어간 접속사

갈래갈래 흩어진 풍경에서 나를 들어내면

비로소 완벽한 문장이 된다

올려다볼 줄만 알았지 내려다볼 줄은 몰랐던

올라와서야 비로소 보이는

헛디딘 발자국들이 바꾸어놓은 풍경이

나를 읽고 있다

흐르듯 이어지는 능선 길 위에 좌르륵 펼쳐놓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종결어미

 

이정화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자

사랑했다고 말하지 말자

사랑했었다고도 말하지 말자

새순이 막 움트기 시작하는 나뭇가지가

아슬리 잡고 있는

마른 잎 몇 잎은

차마 떨구지 못한

뿌리의 뜨거운 눈물이거늘

몸으로 추억하는

사랑의 맹세는 잔혹하다

혹한도 비켜나간 저 애절한

마음의 자리

몸이 저렇듯 다시 돋고 있다

 

 

*이정화:2004,'현대시학' 등단

 

<현대시학, 200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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