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박영근
아플수록 몸은 눈이 밝아진다
열에 들린 몸이
꼼지락거리는 나무의 발가락을 본다
제 속을 날아가는 흰 나비를 본다
넋이야, 넋이야 출렁이는 피
열꽃이 터지는가
온몸이 근지러워라
다리며 허리
가랑이며 자지 끝까지
고름이 쏟아지고
몸 속 가지 가지마다 숨이 열리고
한 숨, 한 숨 돋아나는 물방울들
어디서 사과 익는 냄새
신 살구 냄새
물소리
물소리
달구나 거렁뱅이 바람에도
진한 살 냄새
아 뜨거운 몸이
한 발만 내디디면
그대로 춤이 될 것 같은데
허공에 피어
갖은 빛깔로
흐드러질 것만 같은데
*박영근 시인의 죽음을 애도하며/극락왕생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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