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살생의 기억

섬지기__황희순 2020. 7. 7. 22:21

  살생의 기억

 

  황희순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거니
  숨을 멈추고 우린 서로를 노려보았다
  피할 수 없는 찰나가 천년이듯 흐르고 있었다

  나를 죽일 수 있는 일생일대 기회가 온 거다

  사람으로 변신한 내가 뱀으로 변신한 내게
  힘껏 벽돌을 집어 던졌다 명중했다
  한 뼘쯤 비어져 나온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수시로 나를 흔들어대던, 저
  징그러운 슬픔
  오른발에 온 힘을 실어 꾸욱 밟았다

  good-by! 
나의 슬픔, 뱀이던 나여

 나는 자유다

  살생을 거들던 그가 축 늘어진 나를 막대기에 걸쳐 들고 닭장 쪽으로 총총 사라진다

 

___<다층> 2020.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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