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이 또 피겠군요
황희순
저승새가 삐이~ 삐이~ 가까이서 울어요
이 새벽을 왜 우는 걸까요
꿈을 방해하며 무얼 슬퍼하고 있을까요
나보다 젊은 아버지랑 이야기 중이었어요
제일 무서운 건
들추면 여전히 피 흥건한
시간이 슬쩍 덮어놓은 슬픔
맥없이 걷다 소나기 만나듯
피할 수 없는 그것, 그렇게 생긴 상처
아버지도 그런 상처 중 하나지요
방금 보았던 아름다운 아버지를
다시 꿈꾸려 해도
영 떠오르지 않아요
20년을 기다린 아버지, 이제
당신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상처 만발한 봄, 지금은 새벽 4시 29분
아버지가 울면 바보라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이 봄을 어찌
말짱한 정신으로 건널 수 있겠어요
저승새가 아직도 울어요
__2020. 여름 <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