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백야
황희순
기와집 처마에 대롱대롱 매달린 두루뭉수리 인형, 달 밝은 깊은 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상처가 도져 꾼 꿈일 거야
한자리에서 너무 오래 하늘을 치어다보아 뭉그러진 얼굴, 녹아버린 발
뱀이었던 내가 꾼 꿈일 거야
눈이 없다면 슬픔을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 눈물은 어디에 고일 것인가
길 잃은 만휘군상이 꾼 꿈일 거야
나의 몸 나의 슬픔 나의 모서리, 누가 내 살을 뭉텅 베어 처마 끝에 매달아 놓았나
불면이 비몽사몽 지어낸 꿈일 거야
무한 복제될 오늘, 끊어낼 수 없는 내일, 죽으나 사나 그 틈에 끼어 영원히 부대낄 수많은 나
꿈속의 꿈일 거야
__2020년 여름. <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