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무렵
황희순
쉰 살 그녀가 칠순 노인이랑 동면에 들듯 동거를 시작했다. 그 나이에 밤일이나 제대로 하겠냐며 애저녁에 접으라고 말렸다. 그녀는 저보다 더 세다며 키들키들 잠수를 탔다. 입춘 무렵 동면에서 깨어나듯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늙은이가 그새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소녀처럼 울었다. 울 일도 웃을 일도 없이 시름시름 늙어가던 내 안의 여자가 슬며시 고개를 치어들었다. 하루에 딱 하루치씩 함께 늙어갈 남자랑 질펀하게 연애나 한번 해볼까? 창밖 목련꽃 봉오리가 터질 듯 부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