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품절이다
__<부위별로 팔아요> 후렴
황희순
한 고객이 문자메시지로 가장 자신 있는 부위 팔라 했다. 또 한 고객이 전화로 손을 끼워 파는 부위 살 테니 얼마면 되느냐 물었다. 또 한 고객이 이메일로 맛보고 사도 되느냐 물었다. 한 고객을 또 만났다. 그는 카드로 결재하자, 당신은 내 거니까 이제 나만을 위해 웃어라 했다. 한 고객에게는 누가 몽땅 사갔다 했더니 쯧쯧, 뭐에다 써먹으려구… 했다. 써먹든 말든 이쯤에서 세일광고를 접는다. 좌판에 찢어발겨 놓은 나를 거둬들인다. 남은 부속품은 폐기처분하기로 한다. 나는 이제 품절이다.
<시에, 2009.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