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을 듣다
황희순
날개도 없으면서 날아오르려 애쓰던 육신이 있었다 욕심만 홀딱홀딱 집어 삼키며 배설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육신을 부러워했다 작은 눈은 세상을 조롱하는 듯했고 검지로 귓구멍을 항상 틀어막고 다녔다 손가락만 활짝 펼쳐도 구경꾼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모여들었다 한 뼘도 날아오르지 못하는 그를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다 가끔 책장을 찢어 잘근잘근 씹기도 하는 그는 날아가는 시늉만 해도 관절 나사가 풀렸다 풀린 관절 몰래 조이는 그와 딱 한번 눈 마주본 적 있다 나는 그의 쓸쓸한 배경을 지우며 눈길을 돌렸다 그 후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쪽과 저쪽 물가만 오가던 한 다리 없는 왜가리가 기우뚱 비상을 한다 한쪽으로 자꾸 쏠리는 중심을 다잡으며 머리 위를 지나간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고요한 호수와 나무와 물그림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