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놀이
황희순
달 밝은 밤을 돌아봐, 빙글빙글 어지러운 세상을 즐겨봐, 고장난 그대 귓속 달팽이관은 빼버리고 진짜 달팽이를 끼우는 거야, 균형을 잘 잡고 나를 따라 돌아봐, 점점 크게 점점 작게 달팽이집을 지어봐, 어지러운 저 너머를 두려워 마, 껍질 벗어던진 민달팽이처럼 미끈미끈 알몸으로 돌아봐, 그대가 돌고 땅이 돌고 하늘이 돌고, 돌고 돌아 내 속으로 들어오는 거야, 말랑말랑한 터널을 지나, 나팔소리 들리는 나팔관을 지나, 오래 비워두었던 아기집에 숨겨줄게, 사는 거 원래 유치한 놀이거든, 잘 노는 게 잘 사는 거야, 모순덩어리지만 넘어지지 않으면 돼, 자 봐, 이렇게∼,
<시에, 2009.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