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출입금지구역

섬지기__황희순 2008. 12. 2. 19:49

 

 

 

  출입금지구역

   황희순

 

 

  천장과 식탁을 오가며 거미가 덫을 놓고 있다

  밤중에 든 거미는 잡아야 된대

  식당 안주인이 파리채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한다

  거미는 아랑곳 않고 바쁘다

  밤낮이 무슨 관계랴, 가을이 오는데

  오늘밤은 색다른 먹이가 필요해

  뭐든 회쳐서 잘근잘근 씹어먹고 싶어

  입안이 근질거린다

  뒷문으로 살짝 빠져나와

  목소리를 깔고 그에게 전화를 건다

  출입이 금지된 뜰에 덫을 놓고

  늘 튕기던 그가 발이라도 삐끗하여

  걸려들길 기다리는 중인데, 글쎄

  어라 이게 누구신가, 반색을 한다

  이런, 한방에 걸려들다니

  작전은 성공이다

  식당 천장이 환하다

  거미는 아직도 작업 중

  식욕 돋는 밤이다

 

 

--<리토피아> 2008,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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