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구멍 난 가을

섬지기__황희순 2007. 11. 24. 22:13
 

 

  구멍 난 가을

   황희순

 

 

버스를 내리는 初老의 사내 옆구리에 매달린 가방에서 젓가락이 삐져나와 찰그랑 떨어진다 도시락 싸들고 홀로 소풍 다녀오는 길, 세상 귀퉁이로 밀려나는 동안 허방도 짚었을 뭉툭한 손, 젓가락 줍는 손끝에 쏠린 승객들 눈길이 바르르 떨린다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곳에 도시락 펴놓고 앉아 먼산도 쳐다봤겠다 옹송그리고 앉은 등허리로 바람 한자락 들락거렸겠다 깊어가는 가을도 잠시 그 곁을 서성였겠다 플라타너스 그림자가 비스듬히 그를 따라간다

 

___<정신과표현/2007/9.10월>

 

 

 

'詩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無心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어요  (0) 2008.03.16
저승을 엿보다  (0) 2008.02.08
몸속 풀씨는 누가 뿌리나  (0) 2007.10.14
만다라  (0) 2007.05.15
벌레 먹다  (0) 2007.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