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無心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어요

섬지기__황희순 2008. 3. 16. 19:34


  無心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어요
   황희순


  ->무심히흐르는시절에그리움묶어소식전합니다사는것또한하도무심이라서…능행 11/7 11:22 A
  ->네,스님/모든게무심히흘러가는데있지도않은제마음만흔들린다말합니다/흔들리지않는날찾아뵐게요 …황희순

   

   할머니가 꽃집 앞 빈 박스를 찌그려 손수레에 실어요. 리어카에 파지를 잔뜩 싣고 뒤따라오던 할아버지가 할머니 뒤통수를 냅다 때려요. 10원도 안 될 파지를 놓고 드잡이판이 벌어졌어요. 할머니에게 할퀸 할아버지 볼에서 피가 흘러요. 꽃집 개가 왈왈 짖어요. 행인들은 흘깃거리며 피해 가요. 말리는 손을 뿌리치며 할아버지가 맨손으로 피를 훔쳐요. 드잡이 푼 할머니가 산발한 머리를 매만지며 발길을 옮겨요. 해가 기울고 있어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수레를 아슬아슬 따라가요. 동인약국 앞엔 다행히 빈 박스가 없네요. 노란 은행잎이 두 노인 어깨 위에 토닥토닥 떨어져요. 사치하던 마음이 이 저녁 잔잔해지네요. 무심히 흐르는 가을을 무사히 건널 수 있겠어요. 스님에게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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