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블랙
황정산
새까만 푸른 시절 월담을 하다
고개 돌려 보았던 색
초록을 칠했다가
맞거나 손을 더럽힌 채
벗어나고 싶었던
그 단단한 출석부의 색
끝없이 덧칠되어 사라지지 않는
지우다 모두가 지워지는
다들 쓰지만 쓴 적이 없는
고개를 흔들어도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보이는 색
가방을 멘 사람들이 벗지 않는 색
오늘 내가 보고 있는 색
나를 보는 색
결국 내가 썼던
글자들의 색
모든 빛이 만들었다는 색
그래서 색이 없는 색
검고 슬픈
그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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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산 : 1958. 목포 출생. 1993년 <창작과비평> 평론, 2002년 <정신과표현> 시 발표. 저서 <소수자의 시 읽기> 등.
*황정산 시집 <거푸집의 국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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