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의 문
정 온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할 때
늘 누군가는 죽었다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둠 속에서 가만히 이빨을 숨기고 있는
예리한 날들
새로 산 내의처럼 달라붙는 생각이 가려워 가려워서
제 몸을 핥다가 물다가 붉은 상처를 낸다
누군가 죽었으면 할 때
아무도 죽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눈을 찌르는 불면은 칼날이 되고 톱날이 되어
제 입에 제 뼈를 물리고
악다물어!
덜덜 떨면서 버티면 서서히 평화가 새벽하늘에 기어오르고
문을 닫으면 나도 사람이 된다
**정온 시집 『소리들』(푸른사랑. 2022. 12. 30.)에서
**정온 시인 : 2008년 <문학사상> 작품활동 시작. 시집 『오, 작위 작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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