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
황희순
지난봄 거울 속으로 저승 가는 통로가 생겼다. 현관을 잠그려다 말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여자, 화마에 휩쓸려 간 남자를 이야기하며 거울을 밀고 들어간다. 저승에 한 발 이승에 한 발, 그녀의 봄이 꿈꾸고 있다. 꿈을 끝내야 계절이 지나간다. 잊히지 않는다고 조바심 낼 일 아니다. 가만히 살아만 있어도 기억은 쥐도 새도 모르게 흘러간다. 사라진 사람의 기억은 어디에 고일까. 모든 기억이 고인 곳은 아마도 생지옥일 거야. 기억이 흘러간 방향으로 그녀가 총총 사라진다.
__<시에> 2024.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