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강박증
황희순
목구멍에 매달려 살을 파먹던 그것, 그것을 뱉으려다 모가지를 잘라 버린 적 있다. 하여 이 머리는 새로 돋은 거라 우겼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들앉은 그것은 아마도 살아있는 돌이거나 대못이었을 거다. 움푹 파인 그곳에 아직도 세포가 남아 숨이 닿으면 덜그럭거린다. 개미야 모기야 초파리야, 여전히 어둠을 뭉쳐 그러안고 산다 해도, 바닥 없는 벼랑을 건너는 중이라 해도, 그래도 그래도 우리 서로 가슴은 절대 들여다보지 말자. 안부를 묻지도 부고도 하지 말자. 한 오백 년 후쯤 우리은하 끄트머리 어디, 눈물 한점 반짝 떴다 사라지겠지. 그제야 환한 저녁 벼랑 없는 바닥 만날 수 있겠지.
__<불교와 문학> 2023.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