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는 바닥
황희순
그 구렁은 바닥이 없어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아요 계곡 끄트머리에서 울던 산개구리가 발소리에 놀라 폴짝 뛰었어요 말릴 새도 없이 구렁으로 사라졌어요 솔부엉이가 굼틀굼틀 일어서고 숲속 나무들이 일몰을 사이에 두고 아우성칠 때였어요 깊은 그곳에는 누가 살까요 산개구리를 보려고 아등바등 목을 길게 뺐어요 솔부엉이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한 흐느낌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어요 세상 울음들은 대부분 왜 반음정인지 왜 따라 울게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요 어떤 손이 있어 산개구리를 사뿐 받았을까요 무사할까요 누구 사다리 없나요 망설일 시간 없어요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 봐야 해요 나도 같이 울어야겠어요 난파당한 4월이 몰려오고 있어요
__<P.&S.> 2023.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