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인사동 사람들/오탁번

섬지기__황희순 2019. 5. 15. 15:52

 

인사동 사람들

 

오탁번

 

 

인사동에 가면

이 사람 저 사람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중앙일보 손기상 선배도 가끔 만났다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품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는

투고할 때의 제목은 <겨울아침행>이었는데

문화부 젊은 기자였던

그가 바꾼 것이었다

아아, 반세기가 다 돼가는구나

교수하면서 내가 나를 탕진했듯

문화부장, 논설위원하면서

그도 그를 다 소진했는가

요즘은 만나는 일이 뜸하다

 

낭만파 시인들도

금주금연하며 깡그리 잠적했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천상병 김종삼한테 부끄럽지도 않은가

망년회와 출판기념회가 열리던

인사동사람들, 지리산, 장자의 나비

만나면 미워하고 싸우던 사람들이

이젠 보이지 않는다

귀가 웃는 임영조가 가고

단호박 같던 신현정도

갓김치처럼 매운 송명진도 가고

풍문 만들던 박남철도 갔다

다 갔다

사람이 없는 인사동길을

나 혼자 노량으로 거닐다가

뒷골목에 숨어서

흘끔흘끔 도둑담배 피운다

 

 

**오탁번 시집 <알요강>에서

**오탁번 시인 :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시집 <겨울강> <벙어리장갑> <손님> 등

                  소설집 <오탁번 소설 1. 2. 3. 4. 5. 6.>

                  고려대 국교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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