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그늘집/오탁번

섬지기__황희순 2019. 5. 15. 15:39


그늘집


오탁번



그늘집을 마련했다

충주시 양성면 지당리

진달래 메모리얼 파크

국망산이 빤히 보이는 산자락

46-3지구 15호

내 주검이 잠들 집이다

감곡 나들목에서 나오면

바로다

아들과 딸한테

묘역번호를 보냈다

16*103


미리 석물 공사 하는 날

과일 한 상자 들고

그늘집을 찾아간다

머잖아 이승을 떠나

그제야 닿을 나의 집

가을 뙤약볕 아래

홀로 따습다

각시메뚜기 한 마리

한 생애 끝내며 느리게 뛴다

16*103 앞에

술 한 잔 올린다

오탁번, 너

잘 죽었다




**오탁번 시집 <알요강>에서

**오탁번 시인 :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시집 <겨울강> <시집보내다> 등

                  소설집 <오탁번 소설 1. 2. 3. 4. 5. 6.>

                  고려대 국교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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