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월드바우어, <곤충의 통찰력> 부분 발췌
인간과 곤충의 투쟁은 문명이 싹트기 한참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인간종이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게 틀림없다. 인간과 몇몇 곤충종이 항상 동시에 같은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 투쟁이 치열한 것은 그들이 얻고자 하는 바가 양쪽 모두에게 더없이 소중한 탓이다. 우리 인간은 흔히 스스로 자연의 주인이자 정복자라rh 여기지만, 곤충이야말로 인간의 그러한 시도에 나서기 훨씬 전부터 세상을 통제하고 완전히 장악해 왔다. (......) 그들은 인간이 그들 고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마다 어찌나 집요하고 능란하게 저지해 왔는지 인간은 그들을 상대로 그 어떤 중요한 우위를 점했다고 우쭐대기 힘든 처지다.___곤충학자 ‘스티븐 앨프리드 포브스’
우리가 알고 있는 3,000여 종의 모기 성충 대다수는 피를 빨아 먹지 않고 그저 꽃꿀을 비롯한 식물의 즙만 먹고 산다. 하르파고미이아속의 몇몇 종은 매우 특이하게 먹잇감을 얻는다. 즉 개미를 속여서 게워내게 만든 먹이를 홀짝홀짝 들이마신다. 나이지리아 이바단대학의 ‘파쿼하슨’은 런던곤충학회에 보낸 편지에 암수 모기의 개미 습격 방식을 이렇게 묘사했다.
“당신은 일개미들이 서로를 멈춰 세우고 토해낸 먹이를 교환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둘 다 빠르게 지나가면서 찰나에 거래하는 활동이다. 모기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와 같다. 모기는 언제나 제 갈 길을 서두르는 개미 바로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개미는 마치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양 걸음을 멈춘 뒤 거지한테 적선을 하고 조금 있다가 걸음을 옮긴다. 모기는 또 다른 친절한 개미를 만날 때까지 계속 위아래로 날아다닌다. 선택된 개미는 이따금 구걸하는 모기를 그냥 무시해 버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모기 역시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는 법이 없다.”
비교적 희귀한 모기의 암컷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조류, 파충류, 개구리, 심지어는 다른 곤충들까지 공격한다. 그러나 수컷은 화밀을 비롯한 식물의 삼출물을 먹으면서 그냥저냥 견딘다. 암컷 역시 그러한 물질을 주 에너지원으로 소비하긴 하나, 일부는 알을 낳기 위해 핏속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피를 먹지 않는 모기는 유충 단계에서 충분한 단백질을 넘겨받는다.
암컷 모기는 흡혈원을 섭취할 때면 아랫입술이 길게 늘어나면서 크게 달라진 구유 모양의 보호용 칼집이 방해되지 않도록 젖힌다. 구멍을 뚫고 빨아들이는 데 적합하도록 정교하게 조정된 나머지 구기가 피해 동물의 피부를 관통한다. 이 구멍뚫기용 ‘바늘’은 기실 가느다란 송곳 모양의 빨대 6개로 이뤄진 기다란 관이다. 그 중 2개의 빨대는 다른 것들 위에서 미끄러지듯 왔다 갔다 하긴 하나, 빨대를 서로 이어 붙이는 타액이 묻어있어 축축하다. 보통 모기는 물어도 거의, 혹은 전혀 따끔 하지 않다. 바늘이 바느질용이나 핀보다 피하주사침에 가깝기 때문이다. 면도날 모양의 피하주사침 끝 같은 모기의 구기는 무딘 핀처럼 피부를 파열하듯 찌르는 게 아니라 고통 없이 부드럽게 뚫는다.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두 빨대의 끝이 톱날 모양에 몹시 날카로워서 피부를 부드럽게 자르며 넘나드는 것이다. 그 가운데 넓은 채널을 통해서는 빨아들인 피를 소화계로 이동시키고, 좁은 채널을 통해서는 항응혈제가 포함된 타액을 척추동물 숙주의 몸에 주입한다.
모기는 항상 나무나 튀어나온 가지, 덤물, 옥수숫단가리, 사람 같은 돌출물 위로 모여들었다. 사람한테 달려든 모기떼는 그 사람을 따라 움직이므로, 모기떼를 떼어내려면 사람보다 더 큰 물체 아래로 가서 모기들이 그곳으로 몰려가도록 유도하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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