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살은 척/정바름

섬지기__황희순 2018. 11. 9. 22:14


살은 척


정바름



꿈속에서 죽은 친구를 만났다

그간 죽은 척했노라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노라고 했다

꿈을 깨고서도 한참을

정말 그런 줄 알앗다


난감한 일을 만나면 나도

그렇게 슬쩍 세상을 비켜갔다

안 그런 척 또는 그런 척

아무도 모를 거라 자위하며

철저히 주변을 속여왔다

나조차도 내게 속곤 했다


심지어 나는 오랜 세월을

살은 척하고 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__정바름 시집 <빛비>에서

___정바름 시인 : 1964년 충북 영동 출생/1993년 <한국시> 등단

                   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