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변주
_空無路程
황희순
머리맡에 수백 개 별이 떠있었어요 한 달에 꼭 한 개씩 따먹었지요 반짝이는 별을 따먹어도 고단한 허기만 몰려왔어요 뱃속에 열 달 머물다 나온 특이한 별도 있었어요 희망이던 그 별은 하늘로 갔어요 하늘로 간 별은 무엇이 되었을까요
이러구러 바장대다 보니 한 개 남았더군요 가물거리던 별마저 간밤 홀랑 먹어치웠어요 머리맡이 이제야 정갈해졌어요 무엇을 그려 넣어도 어울리는 어둠이 되었어요 별을 지키던 얼굴은 낡아 눈만 남았네요 퀭한 그 눈을 통과해야 한대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뒤따라오는 발자국 지울 지우개가 필요해요
거기, 누구 없나요?
__ <불교문예> 2014.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