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기억들
황희순
철없이 아이를 기르던, 아이를 기르다 몸을 잠근, 몸 잠근 열쇠를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 하수구만 뒤지던, 매일 밤 겨드랑이에 날개를 그렸다 지우던, 폭식과 거식을 반복하던, 막차 놓치는 꿈만 꾸던, 울음과 웃음을 분간 못 하던, 슬픔만 파먹던, 죽을힘 다해 찾은 열쇠로 몸을 열었던, 활짝 연 몸을 착착 접어 장롱에 감추던, 장롱에 들어서야 비로소 숨을 고르던 서른 살 황희순이 20년을 한달음에 건너와 어깨를 툭 친다. 쉰 살 적막을 흔들흔들 오가는 황희순이 비밀번호도 없이 열린다. 머리꼭지까지 고인 엄동의 바람이 피식 빠져나간다. 쭉정이 늙은 봄이 곧 또 올 것이다.
__《시와시》 2012.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