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황희순
처음 만난 사람이 새끼손가락을 떼어갔다 다음 사람이 귀를 떼어갔다 다음은 입을 떼어갔다 눈을 떼어갔다 코를 떼어갔다 다음은 팔을 다리를 떼어갔다 잔머리 굴린다며 머리를 떼어갔다 그 다음 사람이 달걀귀신처럼 둥그러진 여자를 버렸다 버려진 여자는 아무데나 굴러다니며 한자리에 머물지 못했다 굴러다니다 만난 또 한 사람이 아직도 몸이 따뜻하다며 가슴을 열고 심장을 떼어갔다 어디에 부려놓아도 깨질 일 없는 여자는 이제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__《문학청춘》 2011.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