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사다
황희순
맨 처음 너에게 닿았을 때 내 몸은
웃음보 울음보가 빵빵했었다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흘렀고
이야기 끝엔 눈물이 넘쳤다
그믐밤을 몇 번 뜬눈으로 새운 후로
웃을 일이 울 일이 없어졌다
웃음을 울음을 한 올씩 뽑아
어둔 네 발밑에 몽땅 뿌렸던 거다
개도 안 물어갈 희망이나 사랑 타령은 이제
그만 하기로 하자
오랫동안 내가 그리워했던 건
달콤한 연애가 아닌
웃다가도 울던 나, 바로 나였던 것
오늘 눈물을 한 상자 샀다
그리운 나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건조증 걸린 눈에 눈물 떨어뜨릴 때마다
그렁그렁 눈시울 적실 수 있겠다
핑계 삼아 울 수 있겠다
___<리토피아> 2010,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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