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눈물을 사다

섬지기__황희순 2010. 12. 2. 13:12

 

 

 

 

 

 

 

눈물을 사다

 

황희순

 

 

 

 

맨 처음 너에게 닿았을 때 내 몸은

웃음보 울음보가 빵빵했었다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흘렀고

이야기 끝엔 눈물이 넘쳤다

그믐밤을 몇 번 뜬눈으로 새운 후로

웃을 일이 울 일이 없어졌다

웃음을 울음을 한 올씩 뽑아

어둔 네 발밑에 몽땅 뿌렸던 거다

개도 안 물어갈 희망이나 사랑 타령은 이제

그만 하기로 하자

오랫동안 내가 그리워했던 건

달콤한 연애가 아닌

웃다가도 울던 나, 바로 나였던 것

오늘 눈물을 한 상자 샀다

그리운 나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건조증 걸린 눈에 눈물 떨어뜨릴 때마다

그렁그렁 눈시울 적실 수 있겠다

핑계 삼아 울 수 있겠다

 

___<리토피아> 2010, 겨울

 

 

 

 

'詩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이 별똥이 되기까지  (0) 2011.04.05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0) 2010.12.10
우화  (0) 2010.11.18
몽유  (0) 2010.09.21
불량식품  (0) 201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