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별똥이 되기까지
황희순
그녀는 운 좋게 지구에 떨어진 천만 년 전 폭발한 초신성 조각인지 모른다. 예리하게 반짝이는 모서리는 이 행성에 사는 이들을 날름날름 유혹했다. 얼핏 보면 별 같은 그녀에게 그는 온몸을 던졌다. 예리한 모서리에 베인 피투성이 그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했다. 또 다른 피 비린내가 풍겨왔지만, 칼날을 핥다 죽는 늑대처럼 그도 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피를 보아야 반짝이는 그녀의 모서리가 중심을 향해 조금씩 둥그러졌다. 영원을 믿지 않는 그가 만신창이 몸뚱이를 거둬들였다. 그녀가 곧 블랙홀을 만날 거라는 소문이 뿌옇게 하늘을 뒤덮은 후였다. 간밤 허공을 긋고 지나간 빛은 오래전 사라진 그녀일지도 모른다.
__《시에》 2011.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