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山을 오르며
정바름
저 산이 아버지 같은 이유를 알겠네
육탈(肉脫)한 아버지의 뼈가 산을 떠받치고
세상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지
아버지는 저 품으로
헝클어진 뿌리를 보듬어 나무를 세워주고
다람쥐 같은 자식 몇을 키웠네
나무도 다람쥐도 사람도
모두 다 그 품에서 자랐으므로
나이를 먹을수록 산은 얼마나 그리운가
언젠가 저 넉넉한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음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만만찮은 이 세상 살아낸 뒤엔
발길에 채이는 뼈다귀처럼
함부로 구르지 않았으면 좋겠네
내 뼈다귀도 저 산에 묻혀
산을 떠받치고 하늘을 떠받치고
사람 사는 세상을 떠받치면 좋겠네
------정바름 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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