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언재호야/정숙자

섬지기__황희순 2009. 3. 10. 20:28

 

 

언재호야
정숙자
 

 

  중추가절, 신문마다 연일 올 컬러 광고가 쏟아진다

  그 물결 속에서 천체도 한 점을 얻었다

  비백으로 뻗친 나선팔 끝에 성실히 매달려 익은 감 한 알

  어느 화백의 지필묵일까 정중동일까

  오로라며 은하수며 명멸하는 별자리며 가뭇가뭇 스친 기미 주근깨…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

  정히 오려 냉장고에 붙였다

  한 그루 나무가 우주였다는 거

  한 알 한 알 열매들이 초신성이었다는 거

  어떤 재난에도 굴하지 않고 저마다 궤도를 지켰다는 거

  반찬을 넣고 꺼낼 때마다 즐겨 읽는다

  내 눈과 귀가 모자라 놓치는 말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굳이 명절 아닌 때에도, 진언이 아니라 해도



  <문학마당 25호> 2008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