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동목' '허수아비' /임강빈

섬지기__황희순 2006. 11. 12. 15:24

 


冬木

 

 

임강빈

 

 

 

 

한 뿌리에서 자란
나뭇가지
그 가지와
가지 사이에 생긴 간격間隔
겨울엔 너무 빤히
그것이 보인다.
바람 끝에
멈추는 적막寂寞이
내 뼈마디를 흔들어주곤 한다.
줄곧 나는
왜 한 나무만을 보아왔을까.
한 뿌리에서 자라
그 가지와
가지 사이에 생긴 간격.
그 사이로
하루를 오르내리는
비탈길이 보인다.
밤을 한층 춥게 하는
별이 보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허수아비

 

임강빈

 

 

 

가파른 천둥지기에도
누렇게 벼는 익어가리.
외롭다 말라
산골 햇볕은
얼마나 찬찬한가.
작은 창자 채우려
몰려온 참새떼
오히려 무료를 달래주고 있지 않느냐.
하늘만 쳐다보다가
지금은 벼가 익고 있다.
남루함이여
시름은 털어버려라.
황금빛 저 익어가는 것
그것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일 아닌가.

 

 

 


임강빈

 

1956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冬木>  <한 다리로 서 있는 새> 등

시선집 <초록빛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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