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권태倦怠

섬지기__황희순 2006. 1. 31. 01:12
 

권태倦怠

황희순

 



 

평생 한 자리에 서있는 벚나무 얼마나 걷고 싶을까 떼놓을 수 없는 발 잘라먹고 싶을까 주저앉고 싶을까 동그랗게 몸을 말아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까 도망치고 싶을까 저 나무 뽑아다 천장에 매달아 놓아야지 나도 이제부터 거꾸로 매달려 자는 거야 반듯이 누워 자는 것 이제 질렸어 허겁지겁 읽던 책도 뜯어먹는 거야 뱃속 가득 들어 있는 소화 안 된 글자들 핀셋으로 하나씩 꺼내 화분에 심어야지 책꽂이에 나란히 꽂힌 권태로운 저 고정관념들은 잘게 부수어 거름으로 쓰는 거야 봄이야 봄, 어서어서 뿌리를 내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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