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흉국貫胸國 사람들
이명수
먼 나라 변방에 관흉국이 있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 뚫린 가슴을 장대로 꿰어 앞뒤 사람이 어깨에 메고 먼 길을 간다 아이들이 나무 막대로 들것을 만들어 부상당한 천사를 태우고 간다* 붕대를 머리에 감고, 들것의 막대를 부여잡고 있는 천사도 관흉국 사람들이다
종로 3가에서 종로 4가에 이르는 종묘공원에도 관흉국 사람들이 모여앉아 가을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휠체어를 밀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서쪽을 만들어 허리가 부러진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천사들은 가슴을 이식하는 습관이 있다
날 저물면 관흉국 사람들은 그림자를 만든다 종로 3가역에서 무임승차를 하고 관흉국으로 간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았다 어둠 속에 떠 있는 유민들의 난파선
관흉국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심장을 잘 말려 다시 가슴에 집어넣고
나는 아무도 모르게 사람이 되었다
* 후고 짐베르크의 그림
___『현대시』 2017-12월호 <신작특집>에서
* 이명수/ 1975년 『심상』으로 등단 / 시집 <까뮈에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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