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내 안의 물고기> (닐 슈빈) 부분

섬지기__황희순 2017. 10. 14. 13:31


"포식자가 새로운 포식 방법을 개발하면, 먹이는 새로운 회피 전략을 개발한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신체 형성 문자들의 대부분이 만들어졌을지 모른다.

미생물 중에는 다른 개체의 몸에 달라붙어서 그것을 잡아먹는 녀석이 많다.

따라서 미생물이 먹이에 들러붙는 데 썼던 분자들이 결국 미생물의 몸속

세포들을 잇는 분자로 변했을지 모른다. 또 미생물 중에는 다른 개체의 활동

영향을 미치는 합성분자를 만들어 나름의 소통을 꾀하는 녀석도 있다.

.......

몽상을 하자면 끝도 없으니 구체적인 실험 증거를 보는 편이 더 의미 있겠다.

마틴 보라스와 동료들은 포식관계가 몸을 만들어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보통 단세포로 존재하는 조류를 수천 세대 배양한 뒤에 포식자를 집어넣었다.

포식자는 편모를 자신 단세포 미생물로, 다른 미생물들을 먹고 소화시키는 녀석이었다.

그 결과, 조류는 200세대 만에 세포 수천 개가 뭉친 덩어리로 진화했다.

시간이 더 흐르자 세포 개수가 차차 줄었고, 결국 한덩어리에 여덟 개씩만 뭉치게 되었다.

잡아먹히지 않을 정도로 크되, 각 세포가 충분히 빛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최적의 수가 여덟 개였던 것이다. 

더 놀라운 현상은 연구진이 포식자를 제거했을 때 벌어졌다.

조류는 여덟 개 세포들의 집합으로 계속 재생산하며 재체를 유지했다.

한마디로 몸이라곤 없던 곳에서 단순한 형태의 다세포 몸이 탄생했던 것이다.


무(無)에서 단순한 몸 조직을 만드는 일이 고작 몇 년 만에, 그것도 

실험실에서 가능하다면 수십 억 년 동안 자연에서는 

어떤 일이 가능했을지 상상해 보라. 

우리는 왜 몸이 생겼는지 물을 게 아니라, 왜 더 일찍 몸이 생기지 않았는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답은 몸이 생겨났던 고대의 환경에 있는 것 같다. 

세상이 몸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야 했던 탓이다."


_____<내 안의 물고기>, '몸의 탄생(p. 211)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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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어떤 진화과정을 겪으며 이렇게

큰 몸집을 갖게 되었을까

늘 궁금하던, 몸이 생긴 비밀을 

이 책에서 알아냈다

자연과학은 재밌다

사람의 이야기보다 사람 아닌 이야기

동물, 식물, 곤충들을 오래 연구한 학자들이 쓴 책이

훨씬 더 재밌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 중 한 점인

호모 사피엔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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