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관, 이후/정숙자

섬지기__황희순 2017. 7. 4. 08:54



 관, 이후


  정숙자



  무덤, 거기서부터 잣대가 투명해진다

  과거의 별에게 특혜란 없다


  퇴고하지 못한다. 더 이상 신작을 발표하지 못한다. 그에게 바쳐졌던 초저녁과 꽃들이 회수된다. 단단히 구멍 뚫리는 뼈. 오늘의 비평 서적 안에서 그의 뼈는 뼈를 놓친다.


  무덤이 열렸다고 말할 뻔했다. 백 년 전 작품을 평자가 열고 평자가 결은 책을 독자가 열고, ...장강의 물굽이가 책갈비를 타고 흐른다.


  그 책갈피에선 개구리도 몇 마리 뛰어내려

  괄~ 걸~ 괄~ 걸~ 과거를 운다

  수맥의 후원도

  덩굴손도 시렁도 없는

  오로지 작품만이 중력이었던 타인의 고독을 갚으며 운다


  '백 년은 가히 등(燈)이다' 표4 뒤의 오늘

  오늘은 다시 또 백 년을 넘겨받는다



  ***정숙자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파란, 2017.)에서

  ***정숙자 시인 : 1952년 전북 김제 출생/1988년 <문학정신> 등단

                     시집 『열매보다 강한 잎』 외/산문집『행복음자리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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