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반/박철

섬지기__황희순 2013. 8. 25. 17:01

 

 

박 철

 

 

 

반은 가운데인가 천의 얼굴인가 당신인가

반에 관한 두 가지 아픔이 있다

어머니 김포 들판 끝에서 피사리할 때

하늘이 검게 뒤집히고 장대비 쏟아져내릴 때

물주전자 들고 나는 들판의 반에 서 있었다

마을로 돌아가야 하나 내처 나가야 하나

달려가 엄마를 부르니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던 어머니는

내 등짝을 치며 왜 왔느냐 혀를 찼다

조금 더 커 한강에서 멱감을 때

형들 따라 강의 가운데까지 가서 덜컥 겁이 나는 거라

그때 돌아올 힘으로 내처 강을 건넜어야 했다

한 번은 반을 지나쳐버렸고

한 번은 돌아와

겁 많은 내 생은 그대로 멈추어버렸다

숲으로 가는 길

이제 기어이 발길은 다시 반에 다다랐으니

반은 절벽인가 바람인가 당신인가

 

________________________<유심> 2013. 7.

 

*박철 시인 : 1987년 <창작과비평> 등단/시집 <김포행 막차> <작은 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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