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박 철
반은 가운데인가 천의 얼굴인가 당신인가
반에 관한 두 가지 아픔이 있다
어머니 김포 들판 끝에서 피사리할 때
하늘이 검게 뒤집히고 장대비 쏟아져내릴 때
물주전자 들고 나는 들판의 반에 서 있었다
마을로 돌아가야 하나 내처 나가야 하나
달려가 엄마를 부르니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던 어머니는
내 등짝을 치며 왜 왔느냐 혀를 찼다
조금 더 커 한강에서 멱감을 때
형들 따라 강의 가운데까지 가서 덜컥 겁이 나는 거라
그때 돌아올 힘으로 내처 강을 건넜어야 했다
한 번은 반을 지나쳐버렸고
한 번은 돌아와
겁 많은 내 생은 그대로 멈추어버렸다
숲으로 가는 길
이제 기어이 발길은 다시 반에 다다랐으니
반은 절벽인가 바람인가 당신인가
________________________<유심> 2013. 7.
*박철 시인 : 1987년 <창작과비평> 등단/시집 <김포행 막차> <작은 산>등
'詩읽기·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왼손의그늘/우대식 (0) | 2013.08.27 |
---|---|
거룩한 밤/김경인 (0) | 2013.08.25 |
아득한 등/성태현 (0) | 2013.08.04 |
또 다른 세상/유재영 (0) | 2013.08.04 |
청산이더냐, 백운이더냐/윤범모 (0) | 2013.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