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
유재영
말간 귀를 세운 은사시나무가 비발디를 듣고 있다 야윈 바람은 가볍게 가볍게 발을 헛딛고 방금 숲으로 달려나온 찌르레기 울음소리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다 얼마를 버리고 나면 저리도 환해지는 것일까 오늘도, 나뭇잎에는 나뭇잎 크기의 햇살이 얹혀 있고 눈물에는 눈물 크기만 한 바다가 잠겨 있다 __________유재영 시집 "변성기의 아침"(2013, 한국대표시인선 100, 시인생각)에서 유재영 시인
:1948년 충남 천안 출생/1973년 박목월 추천으로 시, 이태극 추천으로 시조 추천/시집 "한방울의 피" "절반의 고요" 등/북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