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이더냐, 백운이더냐
윤범모
결국 아무도 없는 방
어쩌다 이쪽저쪽 휩쓸리다
세월만 흘려보냈다
청산칸에 얼쩡거렸지만
주인 노릇 하지 못했고
백운칸에 흘러갔지만
나그네 대접도 받지 못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엉거주춤 세월만 쪼개다가
뜨락의 불두화 꽃피는 것 놓쳐버렸다
오기로 도끼 품고 가
청산 백운 좌석표를 거덜 내고 나오니
바람은 여전하다
동풍 따로 없고 서풍 따로 없다
______________윤범모 시집 "멀고 먼 해우소"(2011, 시학)에서
윤범모 시인
: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등단/<시와시학> 신춘문예 시 등단/시집 "노을 씨氏, 안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