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청산이더냐, 백운이더냐/윤범모

섬지기__황희순 2013. 8. 4. 20:24

청산이더냐, 백운이더냐

 

윤범모

 

 

결국 아무도 없는 방

어쩌다 이쪽저쪽 휩쓸리다

세월만 흘려보냈다

청산칸에 얼쩡거렸지만

주인 노릇 하지 못했고

백운칸에 흘러갔지만

나그네 대접도 받지 못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엉거주춤 세월만 쪼개다가

뜨락의 불두화 꽃피는 것 놓쳐버렸다

 

오기로 도끼 품고 가

청산 백운 좌석표를 거덜 내고 나오니

바람은 여전하다

동풍 따로 없고 서풍 따로 없다

 

______________윤범모 시집 "멀고 먼 해우소"(2011, 시학)에서

 

윤범모 시인
 :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등단/<시와시학> 신춘문예 시 등단/시집 "노을 씨氏, 안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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