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
유정이
얼른 나오지 않는 말이 입안에 뱅뱅 돈다 기억을 아무리 멀리 던져도 생각의 찌 발광하지 않는다 어제는 밀바와 안치환을, 안치환과 밀바를 끝도 없이 돌았다 돌아봐야 서울-평택-안중-장호원, 지금 백오십여 리밖에 되지 않는 길 반생의 노역에도 어질머리가 인다 내 언제 한 남자를 봇짐처럼 싸안고 인도양을 도는 꿈 꾸었던가 산꿩 소리에 고인 눈물 하나 투명하게 돌지 못하고 어느새 어둑신한 골목에 와있는 나여! 오십만 원에서 구십만 원의 노동을, 창비와 우먼센스 사이의 담론을 돌고 돈다 세상의 옆구리에 딸려다니는 부록, 오문과 비문 사이를 도는, 아무리 어지럽게 돌아도 그 자리가 다시 그 자리인 어지럽지도 않은 꿈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식은 밥 사이의 이지러진 원圓, 시여
--유정이 시집 <선인상 꽃기린>에서
****유정이 시인/1963년 충남 천안 출생. 1993 <현대시학> 등단. 시집 <내가 사랑한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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