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틍증
문정영
목양 체질은 왼쪽이 약하다는 글을 읽은 다음부터
왼쪽 무릎과 왼쪽 어깨에 통증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잊어버린 시간을 빼고는
시름이 자주 왼쪽으로부터 오곤 했습니다
의식 없이 부른 이름이 오래 마음 안에 있었다는 증거는
그 이름 부른 뒤 마음 한편이 아련해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의식 없이 왼쪽을 깨운 뒤부터 내가 어머니의 한쪽
옆구리를 아프게 째고 태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좁은 바위틈에서 자란 나무처럼
내 생각의 통로도 해굽성이 강했습니다
살아가면서 왼쪽 가슴이 더 발달하는 것을 보고
늘 한쪽 가슴으로 그리움을 쌓았던 탓이라 여겼습니다
마흔 넘어서야 오른쪽 옆구리가 넌지시
왼쪽 통증을 껴안아 주었습니다
-----문정영 시집 <잉크>에서
*문정영 : 1959년 전남 장흥 출생. 1997 <월간문학> 등단. 시집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낯선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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